몇 달 전, 여덟 살 된 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바다 건너에 사십니다. 아이가 두 분을 직접 보는 건 일 년에 두 번쯤입니다 — 한 번은 우리가 그곳에 갈 때, 또 한 번은 두 분이 그 먼 길을 달려 우리에게 오실 때. 그 사이를 메우는 건 전화입니다. 아이가 손을 흔듭니다. 두 분도 손을 흔드십니다. 아이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들어 보입니다. 이런 순간을 수없이 거쳐 온 사람들 특유의 조심스러운 정성으로, 두 분은 무얼 그린 거냐고 물으십니다. 아이가 설명합니다. 전화를 끊습니다. 화면이 까맣게 꺼집니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저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일을 하나 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만남의 횟수를 헤아려 본 것입니다.
두 분이 앞으로 십 년을 더, 건강하게 사신다고 치고, 지금처럼 서로 일 년에 한 번씩 오가는 리듬을 그대로 이어 간다고 치면, 아이와 두 분이 함께 보낼 날은 다 합쳐 스무 날 남짓입니다. 그때 아이는 열여덟 살이 됩니다. 두 분은 여든 후반에 접어들어 계실 테고요. 앞으로 스무 날. 그게 정직한 셈이었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도구로 적어도 일부는 풀어낼 수 없는 문제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만은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떠나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그 특유의 음색까지 함께 데려가 버린다는 사실은 — 묵직하게 가슴을 눌렀습니다. 정작 제게 필요한 도구가 세상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ParentWhisper는 따지고 보면, 끝내 일어나지 못한 바로 그날 밤의 잠자리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은 담지 못하는 것을 목소리는 담는다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보통 남은 물건들은 꽤 잘 간직합니다. 사진은 앨범에 들어가고, 손목시계는 손주에게 물려지고, 편지는 잘 모셔 둡니다. 손맛이 담긴 요리법은 받아 적어 둡니다. 한 사람의 삶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들은 가족 안에 머물 자리를 얻습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목소리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목소리를 알아듣는 일을, 일반적인 청각 처리와는 구별되는 특화된 신경 능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 특히 우반구에 — 우리가 아는 목소리를 알아보고 그 정서를 처리하기 위해 따로 마련된 영역이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목소리를 알아보는 능력은 가장 일찍 나타나는 애착의 신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도 며칠 만에 익숙한 양육자의 목소리를 가려냅니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마음에 새기는 신경의 흔적은, 한 사람의 정신이 붙잡는 법을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깊고 가장 오래된 축에 듭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가장 빨리 흐려지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자전적 기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떤 목소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 그 사람이 말하던 실제 소리, 말의 가락, 사이사이의 작은 멈춤, 그 사람만의 웃음소리가 — 마지막으로 들은 지 몇 달 만에 또렷함을 잃기 시작하고, 일이 년이 지나면 상당히 바래 버린다는 사실을 밝혀 왔습니다. 여섯 살에 조부모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아이는, 열 살이 되었을 때 그분에 대해 많은 것을 — 어떻게 생겼는지, 아침으로 뭘 해 주셨는지, 그 부엌에서 어떤 냄새가 났는지 — 떠올릴 수는 있어도, 정작 그 목소리가 어떤 소리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목소리에 대한 기억은, 시각적 기억이나 이야기로 남은 기억과는 달리, 멀리 떨어진 채 보낸 시간을 견뎌 내지 못합니다.
이건 감상에 젖은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녹음하는, 바로 그 이유입니다.
끝내 나누지 못한 대화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저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조금 엉뚱한 부탁 하나를 들어주실 수 있겠냐고 여쭈었습니다 — 아이가 네 살 때 무척 좋아했던 동화책을 몇 분만 읽어서 녹음해 주실 수 있겠냐고요. 바로 그 책을요. 어머니가 다녀가시며 아이에게 읽어 주실 때, 아이가 듣던 바로 그 목소리로요.
어머니는 늘 그러시듯 두말없이 그러마 하셨습니다. 다만 솔직히 좀 쑥스럽다고도 하셨지요. 다 큰 애한테 아직도 어린애 다루듯 읽어 주는 게 우습지 않냐고요.
그때는 제대로 풀어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이 곁에 앉아 그 책을 읽어 주셨을 때, 아이는 정말로 어렸습니다. 그 책을 읽던 그 목소리의 기억은, 이미 흐려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막 남기려던 그 녹음은, 지금의 아이를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십 년 뒤, 그 기억을 더듬어 떠올려야 할 그때의 아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녹음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여러 개를요. 책을 몇 권 읽어 주시고, 제 아버지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의 이야기도 몇 가지 들려주셨습니다. 그 모든 걸 하시는 데 오후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그건 이제 제가 가진 가장 소중한 파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 년만 더 일찍 누군가 일러 줬더라면
여러분의 아이 곁에 조부모가 — 가까이 계시든 멀리 계시든, 건강하시든 편찮으시든, 자주 뵙든 어쩌다 뵙든 — 있는데, 그 사소한 순간들을 보내는 목소리를 아직 녹음해 두지 않으셨다면, 제가 진작 알았더라면 싶은 것들을 여기 적어 둡니다.
녹음이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
부모님을 녹음해 봐야지 마음먹는 사람들은 대개 장비가 갖춰지고, 인터뷰어처럼 던질 질문 목록이 마련되고, 조용한 방이 생기고, 그럴듯한 계기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녹음이 "제대로 된 무언가"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개는, 결국 하지 못합니다.
가장 좋은 녹음은 다른 일을 하던 와중에 무심코 일어나는 녹음입니다.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는 할머니. 똑같은 배 이야기를 벌써 세 번째 들려주는 할아버지. 손주 생일이라고 전화를 걸어 늘 불러 주던 그 노래를 또 불러 주는 조부모. 이런 데에는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휴대폰, 음성 메모 앱, 그리고 그 순간이 흘러가는 동안 녹음 버튼을 누르는 작은 용기뿐입니다.
되풀이되는 것을 녹음하라
한 번뿐인 인터뷰는 가슴이 뭉클하지만, 다시 꺼내 듣는 일은 드뭅니다. 오히려 되풀이되는 순간의 녹음 — 그분이 늘 하시는 말, 늘 불러 주시는 노래, 그분만의 잠자리 의식 — 이야말로 아이가 자꾸 다시 찾아 듣게 되는 녹음입니다.
어머니가 형과 저를 재우며 불러 주시던 자장가를 부르실 때, 그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들립니다. 그 녹음은 무대 위 공연이 아닙니다. 그건 그 노래 자체입니다 — 지금 제 아들이 직접 듣는 그 노래이자, 더는 직접 들을 수 없게 될 훗날에도 듣게 될 바로 그 노래입니다.
이것이 추모로 남는 녹음과 쓸모가 있는 녹음의 차이입니다. 쓸모 있는 녹음은 지금 이 순간 몇 번이고 다시 재생됩니다. 추모로 남는 녹음은 "나중에 들어야지" 하며 보관함에 넣어 두는 것인데, 그건 결국 덜 듣게 된다는 뜻입니다.
동화를 읽어 주는 목소리를 녹음하라
조부모가 손주에게 이야기를 읽어 주는 일은, 신경학적으로 보면 놀라우리만치 특별한 경험입니다. 애착을 담당하는 영역, 목소리 인식, 이야기 이해, 정서 조절을 한꺼번에 가동하기 때문이지요.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밀도 높은 세대 간 교감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부모께 — 전화로든, 영상으로든, 찾아뵈었을 때 직접이든 — 짧은 동화책 서너 권만 소리 내어 읽어 주시게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앞으로 이십 년에 걸친 아이의 삶에 작은 보물을 하나 쥐여 준 셈입니다. 아이는 힘든 밤마다 그 녹음을 틀 겁니다. 그분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에도 틀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그 녹음을 틀게 될 겁니다.
녹음할 "이유"가 생기기 전에 녹음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조부모가 힘든 진단을 받았을 때 찾아옵니다. 그제야 녹음은 그전과는 전혀 다르게, 별안간 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쑥스러워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 말만은 솔직히 하고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녹음은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조부모가 왜 녹음하는지를 알아차리기 때문이지요. 그 녹음에는 무심코 남긴 녹음에는 없는 무게가 실립니다. 그리고 훗날 그 녹음을 듣는 손주는, 그 무게까지 함께 듣게 됩니다.
조부모가 건강하실 때, 그때가 녹음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그 녹음 속 목소리는 자기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책을 읽고, 백 번도 더 들려준 이야기를 또 들려주면서, 정작 이 녹음이 자기보다 더 오래 남으리라고는 까맣게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지요. 그것이 바로 아이가 간직했으면 하는 그 녹음입니다.
ParentWhisper는 어디에 자리하는가
위에 적은 많은 것들에는 사실 어떤 소프트웨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주머니 속 휴대폰으로, 공짜로 조부모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어디든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 하신다 해도 — 부디, 그것만은 꼭 해 두세요.
ParentWhisper가 거기에 더하는 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에까지 목소리를 이어 붙이는 일입니다.
조용한 방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아무 책에서나 한두 단락을 읽는 식으로 조부모의 목소리를 삼 분만 녹음해 주시면, 우리는 그 녹음으로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손주를 위해 만들어지는 모든 잠자리 이야기를, 어느 밤이든, 그날 아이의 마음에 무엇이 떠올랐든, 바로 그 조부모의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 특유의 말가락, 그 따뜻함, 그러고는이라고 말하는 그 말투까지요.
이건 조부모를 대신하려는 게 아닙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밤에도 손주가 다시 돌아가 들을 수 있는 형태로, 그분의 목소리를 계속 들려주려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른 나라에 사는 할머니가, 녹음을 남기던 그때엔 아직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손주에게 읽어 줄 수 있게 하는 방법이지요. 조심스레 말하자면, 목소리가 그 만남보다 더 오래 살아남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제품에서 가장 자주 곱씹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제가 이걸 만든 그 본래의 이유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니까요.
허락에 관한 작은 당부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한다면 — 특히 우리 같은 서비스를 통해 그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면 — 부디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분명히 허락한 상태에서 해 주세요. 우리도 그것을 요구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도 그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설령 그 둘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애초에 그 녹음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그 사랑이 그것을 요구합니다.
제가 곁에 없을 때에도 손주가 잠자리에서 제가 읽어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몇 분만 녹음해 주시겠어요 — 이런 부탁을 받은 조부모는 거의 거절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부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 밤의 잠자리 이야기
제 아들은 지금 위층에서 잠자리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도 강물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작은 여우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아이 할머니의 목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정작 할머니는 바로 이 순간, 바다 건너편 당신의 침대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오늘 밤 손자에게 어떤 이야기가 들려지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르신 채로요.
그 목소리는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어 온 바로 그 목소리입니다. 아이는 전에도 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내일 밤에도, 그다음 밤에도, 그리고 할머니에게 더는 닿을 수 없는 그 긴 밤들에도 듣게 될 것입니다.
그게 제게는 이 제품의 가장 중요한 모습입니다. 조부모가 멀리 살거나, 건강이 불확실하거나, 혹은 그저 당신이 사랑하기에 아이에게 영원히 남을 한 조각을 쥐여 주고 싶은 — 그런 손주를 둔 부모라면, 지금 그분들을 녹음하세요. 우리 도구를 쓰셔도 좋고, 안 쓰셔도 좋습니다. 그냥, 녹음만 해 두세요.
그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지만, 한번 해 두기만 하면 부재로도 결코 되돌릴 수 없게 되는 단 하나의 일이기도 합니다.
더 읽을거리
목소리가 그토록 많은 것을 담아내는 이유, 그 과학적 근거에 관하여:
- Belin, P., Fecteau, S., & Bédard, C. (2004). Thinking the voice: Neural correlates of voice percep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8(3), 129–135. 목소리 처리가 신경학적으로 어떻게 특화되어 있는지를 다룬 표준 참고문헌 — 왜 뇌가 익숙한 목소리를 그저 소리가 아니라 별개의 범주로 다루는지에 관하여.
- Mehler, J., Jusczyk, P., Lambertz, G., Halsted, N., Bertoncini, J., & Amiel-Tison, C. (1988). A precursor of language acquisition in young infants. Cognition, 29(2), 143–178. 아기가 익숙한 목소리를 아주 일찍부터 가려낸다는 사실을 다룬 토대가 되는 논문 — 목소리 인식이 왜 가장 깊은 애착의 신호 중 하나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배경.
